내가 좋아하는 화가들 II

2017. 12. 18. 11:44 - retrouvailles


Francis Bacon ​프란시스 베이컨 1909.10.28~1992.04.28 


-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의 상징적인 화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사망. 

- 대담하고 기괴하며 원시적인 이미지, 감정적. 인간의 고독과 잔혹, 공포를 주제 삼아 주로 인간의 신체를 그렸던 사람. 

- 교황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림, 친한 친구들의 자화상으로 유명해졌다. 

- 그의 그림에 재현돼 있는 추상적 형체들은 공간과 같은 기하학적 우리에 격리돼 있으며, 이는 별 특징 없이 단순한 평면적 배경과 반목한다. 

- 그는 자신이 특정 이미지를 연속해서 포착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로 그의 작품을 관찰하면 하나의 대상이 일정한 시간적 틈을 두고서 두 폭이나 세 폭짜리 형식으로 재현된다. 

- 따라서 베이컨의 작품은 넓게 보아 한 가지 모티프에 대한 연속이나 변주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 1920년대 초현실주의와 피카소에 영감을 받고 피카소 작품을 모사 혹은 그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 작품 활동 초창기에 해당하는 1930년대에 베이컨은 피카소 그림에 영향을 받은 복수의 세 여신(the Furies)을 그렸고, 1940년대로 넘어가서는 방이나 기하학적 구조에 갇혀 있는 남성의 머리를, 1950년대에는 비명 지르는 교황들, 1950년대 중엽에는 동물과 외로운 존재들, 1960년대에는 친구들의 자화상, 1970년대에는 존재론적으로 허무주의적인 자화상을, 그리고 말기인 1980년대에는 좀 더 냉소적이고 기교가 있는 그림들을 그렸다. 

- 흔히 베이컨 전문가들 사이에서 베이컨 미술 경력 중 1920년대를 베이컨 양식 형성의 출발기로 규정, 2차대전이 끝나고 1950년대가 넘어서야 양식의 완성단계를 비로소 이룩했다고 평가하곤 한다. 그러나 습작 대다수를 스스로 찢어 버리거나 불태워 없애버려 오늘날 그의 초기 작품은 거의 확인해 볼 길이 없다. 

- 미술 학교에 발 디뎌 본 적이 없는 독학 화가. 미술 이외에도 문학, 영화, 음악 등 예술 다방면을 넘나드는 왕성한 예술 향유가. T.S.엘리엇과 제임스 조이스, 에즈라 파운드와 같은 근대 문호들의 문학 세계에 익숙했으며(이쯤되면 어떤 스타일의 사람인지 안 봐도 알겠다), 영화에도 조예가 깊어 아이젠슈타인에서 비스콘티에 이르는 근현대 거장들과 개인적 친분을 맺기도 했다.  

- 그는 70살이 넘어서도 베니스 비엔나레와 전세계 유명 미술관의 전시회에서 예술성을 인정받고 명성을 누리며 성공한 미술가의 인생을 살았다. 그치만 생전 그림을 그려 번 수입의 상당 부분에 대한 세금을 상습적으로 내지 않았던 사람. (으으... 도덕적으론 영 별로였는데?) 

- 그는 사적으로 공개적인 동성애자였으며, 별난 캐릭터를 가진 기인이자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유럽 곳곳을 떠돌며 다채로운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 동료 미술가와 미술계 인사들 사이에서 성격 좋은 사교적 인물로 통했다. 


- 베이컨의 작품은 인간 실존의 문제에 선행하는 근본적인 존재의 심연, 무의식적인 층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 화가들은 시각적으로 재현 가능한 대상을 모델로 선택할 수 있지만, 평상시에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비지각적인 것'을 화면에 구현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현전하지만, 의식적인 지각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으로, 벤야민의 언급처럼 '시각적인 무의식의 지대'에 있는 것이다. 

- 이러한 맥락에서 베이컨은 인체의 시각적인 외형을 재현하고자 하지 않고 재현으로 매개되지 않은 심연에서 터져 나오는 감각적인 것의 형상을 그리고자 했다. 이를테면 <형상들>. 이 작품은 신체에 대한 연구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외 <신체연구, 앵그를 따라서>,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등은 앵그르의 인체도상을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미셸 레리스의 초상>과 <자화상> 같은 얼굴 형상에서는 베이컨이 재현하고자 했던 지점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 베이컨의 형상들은 홀로 있더라도 중첩되거나, '만지는 몸과 만져지는 몸의 충접'이 짝을 이룬다. 그 형상들은 서로 유사하게 중첩될지라도, 근본적으로 비재현적이고 비관계적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그것은 낯선 감각들이 서로를 끌어안는 것이고, 형상들 사이의 '공명'이다. 

-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와 같은 삼면화에서 그러한 공명은 '리듬'으로 전환된다. 전통적으로 중세 종교화에서 사용되는 삼면화는 움직이는 회화다. 실제로 화면은 고정돼 있고, 서로 분절돼 있지만, 영화의 흐름이 쇼트와 쇼트로 이어지는 것처럼, 삼면화에는 그러한 리듬이 살아 있다. 즉 삼면화는 '분리된 통일성' 자체다. 삼면화는 세 부분으로 분리되고 고립돼 있지만, 그 안의 형상들은 결코 격리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공통된 '빛과 색채'라는 엄연한 사실이 존재한다. 그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리듬은 서로 다른 층위의 형상을 주파하면서 진동한다. 


"나는 언제나 도살장과 동물의 살덩어리 그림에 매료되곤 했다. 아! 죽음의 냄새... 물론 기독교인들에게 십자가에 목 박힌다 함은 전혀 다른 [종교적] 의미를 띠고 있음을 알지만, 무신론자에게 도살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 가하는 행위의 하나에 불과하다." 



































다른 카테고리의 글 목록

Innermost/기억해두고 싶은 카테고리의 포스트를 톺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