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는 국가에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2017. 12. 29. 12:16 - retrouvailles



내가 생리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할 때마다 억울해 죽겠다. 나는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는 사람인데 자궁 달고 있다고 한달에 한번씩(심하면 한달에 두번씩) 일주일간 피 흘려야 하는 건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 


한번 생리할 때마다 생리대 한 곽씩 사라지는데, 그 돈이 만만찮다. 근래 터졌던 생리대 파동 때문에 더는 우리나라 생리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고(사실 파동 이전부터 여자들 사이에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특정 생리대를 쓰면 사타구니가 짓물러 여름 같이 덥고 습한 계절에는 성기에서 피가 나오는 건 물론이고 사타구니에서도 피와 진물이 흘러나왔다. 경험한 적 없었다면 상상이라도 해보라.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생리통은 백번 양보하여 차치하더라도, 바지를 입고 걸을 때마다 생리대 때문에 생긴 상처로 사타구니에 누가 샤프로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을 겪는다고 생각해보라고), 그렇기에 외국 생리대를 직구해서 쓰는 실정인데 외국이라고 생리대가 저렴한 건 절대 아니라서(오히려 비싸면 비쌌지... 그래도 성기나 성기 주변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 순한 생리대라 쓰는 거다 시발..) 생리=지속적으로 목돈이 깨지는 것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실정이 이런 데도 생리대는 기호품 따위가 아닌데, 우리나라 사회에선 무슨 담배 같은 기호식품이라도 되는 것마냥 치부되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나야 그래도 근근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는 형편이라 그렇다 쳐,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생리대는 그야말로 사치품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56426.html

내가 너무 싫어하는 한겨레의 기사지만, 이 기사가 저소득층 여성들(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아이들)의 실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준다고 생각하기에 적어둔다. 


지금 생리하고 있어서 '예민해져서^^' 한번 적어봤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국가에서 여성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해줄까. 아니, 언제쯤 최소한 생리라는 것이 폄하되지 않는 그런 나라가 될까. 지원이나 인식의 개선은 커녕 안전한 생리대조차 부재한 이 나라에서 그러한 기대를 품는 것이 오히려 사치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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